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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Chapter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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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 * *

장건은 잘 말아낸 연초를 입에 물고 화섭통으로 불을 붙였다·

희뿌연 연기가 느릿하게 흩어지며 붉은 석양빛에 반짝였다· 장건의 눈이 그 노을을 쏟아내고 있는 서쪽을 향했다· 높다란 산등성이에 반쯤 몸을 걸치고 선 태양이 하루 끝의 노곤함을 털어내듯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햇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는 조조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거리며 고원성의 대로를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조금 전 있었던 흐르는 뼈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대전사와 나도 오래전 서쪽에서 와 동쪽으로 나아간 중원인들에 대해 알고 있네· 그리고 그들이 적잖은 성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알지· 당연하게도 우리가 처음 의심한 것은 그쪽이었네· 서쪽 중원인들은 북부의 산맥과 남부의 황야에 가로막혀 이쪽 땅을 잘 넘어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거든·”

아래에서 위로 비춰주는 모닥불 덕분인지 흐르는 뼈의 얼굴은 어딘가 사람보다도 석상에 가까운 것 같았다· 사람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석상·

“하지만 부족 연합이 결성되고 각 부족의 최고 전사들이 흔적을 추적한 결과 부족을 학살한 자들은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 왔음이 그리고 다시 그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네· 당연히 연합의 다른 전사들은 서쪽의 중원인들이 들소의 뿔과 가죽은 물론 드넓은 땅 자체를 노리고 사람들을 학살했다 여기기 시작했지· 자네들은 농사를 크게 짓지 않나·”

장건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해보면 타고난 사냥꾼인 원주민 전사들이 무작정 서부 중원인을 범인으로 지목할 리 없었다· 당연히 그들은 학살당한 부족들부터 시작해 남은 흔적들을 더듬어갔을 것이다·

흐르는 뼈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 고원성까지 숙영지를 옮겨와 서부 중원인들의 명확한 뜻을 듣고자 했네· 그리고 그 와중에 뭐냐 그··· 대전사 그 친구 이름이 뭐였지요?”

“손강· 다섯 번째 그림자 용· 그 용이라는 동물이 정말 신기하다며·”

중간에 대전사에게 질문을 던졌던 흐르는 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랬지 손강· 강물 바위를 통해 그 친구와 연이 닿아 부족들의 학살이 마인들의 짓임을 알게 되었네· 이곳 고원성에서 그들의 음험한 짓거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하지만 서쪽에서 온 자들이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네· 손강은 그럴 리가 없다고 마궁의 음모가 틀림없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저 있는 사실만을 볼 수밖에 없네·”

노인의 검은 눈이 장건을 마주 보았다·

“우리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자네들처럼 크게 농사를 짓는 부족은 몇 안 되고 대부분은 넓은 대지를 떠돌며 들소를 잡고 약초를 캐며 살아가지· 그래서 만약 정말 서부 중원인들과 전쟁이 난다면 열 번을 이겨도 단 한 번 지는 것만으로 연합은 무너질 것이네· 애초에 자네들의 그 무공이라는 힘 또한 쉬이 이겨낼 수 없는 능력이지···”

흐르는 뼈는 신대륙 원주민들의 상황을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그때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대전사가 말을 이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 지금처럼 고원성 너머로 쳐들어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그 무림맹이 상황을 파악하고 범인을 잡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손강은 계속 무림맹 쪽에 연락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우리가 믿을 수 있고 직접 가서 확실하게 말을 전해줄 사람이 필요해·”

대전사와 장건의 눈이 마주쳤다· 대전사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이왕이면 정령에게 인정받은 전사가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 자네 같은 중원인 전사 말이야·”

장건은 대전사를 가만히 마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곧 입을 열었다·

“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소· 또한 이미 이곳 고원성에 무림맹 순찰대원이 와 있고 마궁의 요인도 사로잡았으니 무림맹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금방 그들의 입장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오·”

“···우리 걱정은 그게 아니야·”

“무림맹이 이 일을 꾸민 장본인이 아닌가 걱정되시오?”

장건의 질문에 대전사는 팔짱을 풀고 바르게 앉았다· 그는 한층 가라앉은 눈빛이었다·

“그래 그게 걱정되네· 무림맹이라 뭉쳐있는 그 중원인들이 우리를 모조리 몰아내려는 것은 아닌지 그를 위해 그 마궁이라는 자들과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손강이 보내는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그의 이야기에 장건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지난번 만났던 비천취응대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무림맹 또한 사람이 사는 모임이니 그 많은 사람 각각의 생각과 이익이 교차와 충돌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무림맹은 연합체의 성격을 띠고 있어 더더욱 그러했다· 장건은 그들 중 일부가 고원성 너머로의 진출을 꿈꾸며 마궁과 손을 잡고 일을 꾸민 것이라 해도 전혀 놀라울 것 같지 않았다·

두려운 황제는 바다 건너에 있고 이 땅의 황군은 도시 안에서 잘 나오질 않았다· 그 세월이 백 년이니 엉뚱한 생각을 하기 충분한 환경이었다·

장건은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난 복잡한 정치는 잘 모르오· 그러니 그저 당신들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확답해 줄 수가 없소·”

그건 담담한 인정이었다· 자신은 결국 일개 칼잡이 하나일 뿐이라는 인정· 하지만 대전사와 흐르는 뼈는 도리어 그 대답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옅게 웃었다· 흐르는 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면 충분하네· 자네가 최선을 다해주겠다는 말이면· 그렇지요 대전사?”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대전사가 장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것 같았다· 그를 본 장건은 이들에게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생각에 마주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적어도 불안은 덜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서 표정을 굳혔다·

장건의 손을 붙잡은 대전사가 말했다·

“우리는 중원인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황금도 은도 없다· 깔끔한 가죽은 몇 장 있으나 보답으로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물건이다·”

장건은 입을 꾹 다물고 대전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붉은빛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사악한 색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것의 피처럼 섬뜩하지만 순수하고 난폭하지만 오래된 지혜를 담은 눈동자였다· 장건은 예전에 만났던 계곡의 정령을 떠올렸다·

“···계곡은 정말 그 물줄기만큼이나 오래된 친구지· 동시에 자신의 아이들을 아주 사랑하는 친구고 그래서 자네에게 정말 큰 선물을 준 것일 테지· 난 그녀처럼 내 심장의 일부를 떼어줄 순 없어· 그러면 미쳐 날뛰는 말이 죽을지도 몰라서·”

장건은 대전사인지 다른 누구인지 모를 이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마주 잡은 손에서 해일처럼 밀려 들어오는 힘을 느꼈다· 전혀 정제되지 않아 거칠고 사나우면서도 동시에 야생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파도였다·

“평야와 그 아이들의 복수를 해준 것도 고마워· 대지로 돌아간 그들의 정신도 너에게 감사할 거야·”

파도는 맞잡은 장건의 오른팔로 흘러 들어와 전신을 내달렸다· 단전의 내공은 외기의 침입에 벌떡 일어나 달려가서는 그것을 내쫓아내기는커녕 함께 전신 혈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장건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전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히죽 웃었다·

“앞으로도 이 땅의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이건 그런 뜻에서 주는 선물이야·”

잠시 후 해일과 같았던 흐름은 천천히 멎어 들었다· 대전사는 붉게 빛나던 눈을 감으며 손을 놓고 축 처졌다·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 힘이 전신 기혈에 잠드는 것을 느끼던 장건은 급히 손을 뻗어 그를 붙들었다·

“걱정하지 마시게· 그는 피곤한 것뿐이니까·”

장건은 의식을 잃은 대전사와 조용히 말하는 흐르는 뼈를 번갈아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평야의 정령께서는 부족을 학살한 자들이 그 땅의 정령들마저 헤치는 것을 느끼고 부족 제일의 전사 미쳐 날뛰는 말과 하나가 되셨네·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을 넘어 모든 부족을 위해 움직이고 계시고·”

흐르는 뼈는 깊게 가라앉은 장건의 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가시게· 이곳의 우리는 걱정하지 말게· 우리 나름대로 굳건히 버틸 수 있으니까· 부디 자신의 욕심을 위해 함부로 남을 해치는 자들을 찾아 막아주게·”

잠시 그를 바라보기만 하던 장건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대가를 치를 겁니다·”

장건의 입에서 다시 연기가 흘러나왔다· 조조가 느긋하게 걷는 동안 산등성이에 걸쳐 있던 태양은 이제 그 정수리만 빼꼼 내밀고 있었다·

잠시 두 눈을 좁히고 그쪽을 바라보던 장건은 조조의 걸음이 멈추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적세인에게 기다리라고 했던 객잔이 보였다· 그가 안장 위에서 내려오자 객잔의 점소이 하나가 얼른 나와 말고삐를 받았다· 장건은 피우던 연초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비벼껐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조조의 목덜미를 한번 툭툭 쳐주자 녀석도 장건이 오늘 하루 고생했다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를 본 장건은 피식 웃으며 객잔 안으로 몸을 돌렸다·

“장 무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장건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구석에서 그를 부르는 이들은 적세인과 손강이었다· 그들의 탁자에는 웬 종이 뭉치가 늘어져 있었다·

장건이 다가오자 손강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되었습니까? 연합의 대전사는 무사합니까?”

마지막으로 보았을 땐 의식이 없었지만 장건은 피곤한 것뿐이라던 흐르는 뼈의 말을 믿기로 했다·

“굳이 급하게 달려갈 필요까진 없었다· 암살자들을 말 그대로 찢어놓았더군·”

“오··· 괜히 대전사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군요···”

장건은 자연스럽게 그들 탁자에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적세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보아하니 날 찾아온 모양이군·”

“그렇소 장 무인· 장 무인은 최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비천취응대의 실종 용의자요·”

“···예?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면서요?”

정작 장본인인 장건은 차분했는데 옆에 있던 손강만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적세인에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적세인은 그 눈빛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건 여기 와서 그 남궁천이라는 자를 체포하기 전 이야기였소· 정의를 세운 이에게 함부로 용의자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할 수는 없겠지·”

장건은 얼른 말을 바꾸는 적세인을 뚱하게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는?”

“···남궁천? 지금 객실에 누워있소· 산호가 지키고 있소·”

“그를 어떻게 할 것이오?”

적세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무림맹으로 압송할 것이오·”

“나도 갑시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장 무인도··· 같이 가자고?”

장건의 합류를 설득하기 위해 말을 이어가려던 적세인은 장건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궁의 장군을 잡았으니 그럴 자격은 충분하지 않소?”

“···아니 뭐· 당연히 맹주가 훈장도 내릴 것이고 포상금도 나올 것이고···”

“여럿이 함께 가면 좋지 않겠소? 같이 갑시다 신사천·”

그가 비천취응대를 몰살시켰다고 확신하고 있던 적세인은 당당히 무림맹으로 움직이려는 장건의 모습에 순간 자신의 추리가 틀린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 그럼 맹주가 자신의 직속 무력인 비천취응대까지 동원하며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던 그녀의 생각이 어긋날 수 있었다·

“끄아-아-악-!”

그때 객잔의 이 층에서 누군가의 찢어지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객잔 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순간 이 층으로 집중된 순간 적세인은 그 비명이 울린 방 위치를 파악하고는 벌떡 일어섰다·

장건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비명이 남궁천의 방에서 울려 퍼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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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Martial Wild West

Moorim West, Wild West Murim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he main character reincarnated in a world where martial arts exist. Is the land beyond the sea the world he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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