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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Chapter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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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 * *

“염병· 이 새낀 어디 숨은 거야?”

인적 드문 밤거리를 걷던 동진군東鎭軍 보사步士 그러니까 황군 병졸 소평은 괜히 욕설을 중얼거렸다·

동네 무관 출신인 그는 타고난 재능이 좋아 황군이 되었다· 하지만 그 타고난 재능에 비해 심성은 게을렀고 따로 특별한 뒷배가 있는 것도 아니라 병졸로 황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흔히 입군入軍한다는 건 보통 무관武官으로 황군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말하지만 어쨌든 그도 황군이 되었으니 입군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황군에는 그처럼 병졸로 시작해 장군 지위에 오른 자도 아주 많았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출세하는 무인들이었다· 천년 제국의 근간을 떠받치는 황군이니 그런 능력주의는 당연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소평은 벌써 몇 년째 병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병졸이 된 이 중엔 무려 교위에 오른 인물도 있었지만 그는 처음 받았던 보사 지위 그대로였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성장하질 않으니 바다 건너 변방으로 발령이 나버리는 건 당연했다·

“그놈 무림맹 쪽 선이 살아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그 뭐냐 그놈이 무림맹 순찰대였다잖아· 그쪽 도움 없이 이렇게 잘 숨어다닐 수가 없어· 벌써 며칠 째야?”

그 옆에 같이 움직이던 병졸 마량이 소평의 투덜거림을 받아주었다· 그도 소평과 비슷한 처지였다· 두 사람 모두 지난 며칠 동안 신사천의 외곽 거리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느라 지쳐 있었다·

“순찰대? 난 원로원 무사였다고 들었는데?”

“그놈 숙부가 원로였지· 덕분에 그 숙부가 시키는 일은 다 했다더라고·”

소평은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뭣도 모르고 시키는 일만 하다가 엿 된 거군· 불쌍한 새끼·”

“우린 뭐 다른가· 우리도 장군 교위들이 시키는 일이나 하는 인생인데·”

마량의 뚱한 중얼거림에 소평의 입술이 삐죽 일그러졌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도 진급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시키는 일이나 하는 병졸일 것이다·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자라면 어떻게든 무공을 키워 적어도 보사라는 최하 지위는 벗어나려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뒤떨어지는 부류가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 그건 소평과 마량이었다·

그들은 지금 지난날 무림맹 금산대에서 놓쳐버린 백림방 배원찬을 찾아 어두운 신사천 밤거리를 수색하고 있었다· 금산대의 일차 체포가 실패하자 정말 황군이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본래부터 그리 성실하지 않던 소평과 마량은 수색에 그리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애초부터 배원찬이 자신들 앞에 나타나리라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오랫동안 하와이에 머물며 군기가 빠져버린 병졸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그들의 뒤로 어느 그림자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동시에 인기척을 느낀 소평과 마량 모두 허리에 찬 칼을 뽑으며 뒤돌아섰다· 그 날랜 동작에서 조금 전까지 한량처럼 구시렁거리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구냐!”

그러나 그 칼날은 겨누어지는 동시에 얼른 다시 거꾸로 돌았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재빨리 곧은 차렷 자세로 꼿꼿이 섰다·

그들 뒤에서 나타난 사람은 허리에 검을 찬 여인 한 명이었다·

“음· 작전 중 잡담이라· 태형笞刑을 맞고 싶은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미쳤나? 목소리 줄여· 아주 여기 황군이 있다고 고함을 지르지?”

“앗 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얼굴을 찌푸린 그녀는 장군의 보좌관급인 행군사마行軍司馬 중 한 사람으로 병졸인 두 사람에겐 까마득한 상관이었다· 그녀는 뻣뻣하게 굳은 두 사람에게 말을 이었다·

“지금 유설 장군님의 손님이 이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는 거 모르나? 안 그래도 그 손님 정체를 알 수가 없어서 미칠 것 같은데 이놈들이 그딴 식으로 굴어?”

소평과 마량의 표정이 해쓱해졌다·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 당장은 몰라도 군영으로 돌아가면 큰일이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행군사마는 곧 휙휙 손을 내저었다· 그게 가보라는 뜻임을 깨달은 두 병졸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얼른 몸을 돌려 할당된 구역 수색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병졸들을 혼내고 또 혼낼 것을 예고했음에도 그녀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조금 전 말을 꺼냈던 것처럼 현재 작전을 살펴보고 있는 손님 때문이었다· 며칠 전 나타나서 무림맹에 주둔 중인 황군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노인· 그걸 막을 수도 없는 게 그 활동을 허락한 게 진동장군 유설이었다·

그 노인은 황군 병영뿐만 아니라 무림맹 순찰대나 다른 타격대 등등을 제집처럼 들쑤시고 다녔다· 노인은 막무가네 행동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다니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관찰했다· 가끔 무림맹에게 양보를 보이기도 하던 유설이 그 들쑤심을 단호하게 허락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걸 저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정체는 말해주질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위가 있는 황군은 모두 그 노인이 보통 노인이 아님을 느꼈다· 대부분은 그 노인이 황궁의 무학자武學者중 한 사람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었다· 때문에 가끔 그 노인이 뭔가 가볍게라도 의견을 피력하면 아무도 무시하지 못했다· 사실 황군이 나선 이상 금방 끝났어야 할 지금 이 작전이 무슨 숲에서 사냥감 몰 듯 지지부진 길게 늘어지는 이유도 은연중에 그 노인의 뜻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괜한 손님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이마를 감싸 쥐었다· 괜히 지켜보고 간섭하는 사람 때문에 잘 진행될 작전도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그때 저 멀리서 소란이 들렸다·

“저기다-!”

그녀는 그 외침을 쫓아 재빨리 달렸다· 그녀 말고도 지붕과 담벼락에서 외침을 쫓아 달리는 황군이 여럿 보였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슬그머니 따라붙는 정체불명의 노인이 있었다· 노인을 발견한 행군사마는 그 노인이 등에 덜렁거리며 매고 있는 비파만이라도 부숴버리고 싶었다· 싸움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노인은 그녀 그리고 다른 많은 황군이 자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든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당장 일어난 사건만 흥미롭다는 듯 외침의 근원지를 바라보며 깊은 눈빛을 반짝거렸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달려 있었다·

* * *

장건의 수련장에 서하와 장상 말고도 수련생이 한 명 늘었다· 그 수련생은 장연이었다·

장연도 태극권을 익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장건이 예전에 아직 가문에 있을 때 아직 한참 경험이 모자라던 시절 대략적인 얼개만 잡은 것이라 지금 서하가 수련하는 것에 비해선 투박했다· 그러나 그 바탕에 깔린 뜻이 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장연의 투박함이 사라지는 데에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어설프게나마 전사경을 쓰는 수준이었고 때문에 투박함을 지우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태극권의 위력을 키울 수 있었다· 장건이 보기엔 훗날 내공만 충분하면 장연도 격공장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항룡장이 아니라 오직 태극권으로 이룬 격공장·

그런 경지의 상승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서하 장상과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가끔 조잘조잘 떠들었다·

“혹시 너희 입군 생각 있니?”

“에? 없는데요·”

“···없어요·”

장상은 조금 멍하게 서하는 짧게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입군 시험을 볼 생각이면 그땐 절대 태극권 쓰지 마· 시험관이랑 대련할 때도·”

“왜요?”

“···처음 펼칠 땐 어디서 그딴 고릿적 권법을 배워왔냐고 비웃고 대련할 땐 그런 수비적인 무공으로 어찌 적을 무찌르겠느냐며 무시당해· 그리고 그딴 거 말고 빠르고 강한 진짜 무공은 배운 적 없냐고 묻지· 열 뻗쳐서 들이박으면 좀 놀라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시험을 통과시켜주진 않아· 오히려 황군 무학자들에게 그 권법을 연구 목적으로 양도해보지 않겠냐는 개소리나 하지·”

그녀의 설명에 장상과 서하의 눈이 장건을 향했다· 아이들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태극권은 장건의 무공이었고 그 장건은 지금 신사천에서 가장 떠오르는 무인이었다· 그런 무공이 무시받았다는 게 쉬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장건은 헛웃음을 흘렸다·

“···고릿적 권법이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태극권과 혼원경의 좌망권은 비슷한 면모가 있다· 더욱이 장연이 익혔던 태극권이 실전 경험이 곁들여지지 못했던 당시의 것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황군 시험관들 눈에는 먼 옛날 옛적 수련 권법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 모습은 황군의 울타리 안에서 천 년 동안 개량된 수준 높은 무공을 배우던 이들에겐 벌써 수백 년 전 도태된 무공을 열심히 배워와서는 입군 시켜 달라고 버둥거리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해도 마음 한쪽에서 살살 열기가 끓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장건은 차분히 숨 한 번 내쉬는 것으로 그 열기를 가볍게 흘려내고는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다음번엔 다른 권법 배워갔냐?”

“아니· 내가 왜? 나 이거 배우고 또래한텐 진 적 없는데? 남편이랑 대련할 때도 져본 적 없어·”

장연의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장건의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그럼 그 이후에도 계속 시험 때 태극권을 들이밀었다고?”

“응· 처음에 날 비웃던 게 너무 아니꼬워서 더 밀어붙였지· 어디 언제까지 네놈들이 이기나 보자 해서·”

“···근데 끝내 이기진 못했군·”

그녀는 싱긋 웃었다·

“세 번 다 같은 시험관이었지 뭐야· 마지막 세 번째에는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게 눈에 보이더라·”

장건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장연의 고집도 고집이었지만 만약 장건이 태극권 말고 다른 걸 가르쳤더라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아니 당시 태극권에 전사경이나 발경 등 경勁에 대해서만 조금 더 잘 정립해 두었어도 장연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몸으로 곡선과 원을 그리는 것을 넘어 기혈에 그 회전을 담아 가공할 힘을 쏟아내는 게 태극권의 요체였고 그 정도면 황군에서도 단순히 옛날 수련 권법이라 여기지 않았을 터였다·

“···아니군· 무공보다는 그 옹고집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장건은 곧 생각을 바꿨는다· 결국 황군은 황제를 꼭대기에 두고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하는 수직적 무력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연이 두 눈에서 열기를 이글거리며 시험관을 이기려 드는 모습이 황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장건의 중얼거림을 듣곤 화는커녕 깔깔 웃었다·

“그게 맞는 거 같아· 내가 그 시험관들을 무슨 원수 보듯 노려봤거든· 세 번째에도 태극권일 땐 학을 떼는 표정이더라·”

어쨌든 그녀가 수련장에 드나든 덕분에 장건은 오랫동안 잊었던 유대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아니 단순히 기분이 아니라 되찾은 게 맞았다· 적어도 장운과 장연은 분명 장건의 가족이었다· 장건은 매일 아침 서하와 장상 장연에게 태극권을 가르쳤다· 십 년 동안 비어있던 장건과 장연 사이가 빠르게 채워져 갔다·

그렇게 태극권과 함께 오전 시간을 보내면 오후엔 진견과 마주 보게 되었다· 백보신권을 전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전수는 정확히 말하면 진견의 불가기공佛家氣功과 장건의 무공이 마주하는 담론에 가까웠다·

백보신권의 종소리가 대환단의 기운을 흉내 내야 울리는 기묘한 소리임을 알게 된 진견이 함께 그것을 조금 더 정돈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그 불가의 기운이 섞이지 않으면 백보신권의 권력이 허공을 격하는 거리나 위력이 많이 줄어든다는 걸 느끼고 있던 장건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로서는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제안이었다·

게다가 백보신권은 결국 초식보다는 정권正拳을 통한 내력의 투사에 치중된 무공이라 태극권을 가르칠 때처럼 연이은 대련보다는 좌선하고 앉아서 내공을 다스리는 게 더 좋았다·

오후를 그렇게 보내면 저녁이 되고 그러면 아침에 일하러 나갔던 장운이나 단상운 등이 돌아와 또 북적북적한 시간이 되었다· 오전 수련 후 남편과 함께 신사천 구경을 다니는 장연이 아주 얼굴이 밝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시간도 그때였다· 오랜만에 만난 작은 오라비와 바다 건너 세워진 신대륙의 도시가 재밌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오늘 거리에 나가서 사 온 온갖 물건을 이것저것 꺼내 보이며 자랑을 했다· 대부분 기념품이나 옷가지 등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나중에 생길 아이에게 입힐 아기 옷을 벌써부터 구해선 식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그걸 본 장건은 암룡삼호의 포목점에서 서하의 옷을 맞추기로 했던 것을 떠올렸다· 오늘은 날이 어두우니 내일 가보는 게 좋을 듯했다·

그때 옷 자랑하던 장연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아 요 며칠 신사천 거리가 시끌시끌하던데요? 여기 원래 이래요?”

“···음 그날 배에서 도망친 배원찬이 아직도 잡히질 않았다· 너도 봤었지? 황군까지 나선 상태다· 보아하니 신사천의 빼곡한 골목과 건물들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어떻게 그리 오랫동안 신사천을 나가지도 않고 잡히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사천이 넓고 복잡한 도시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누구 도움도 없이 그리 오랫동안 숨어지낼 수는 없을 텐데···”

신사천의 기류에 가장 예민한 장운이 그렇게 대답하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장건이 보기에도 배원찬의 뒤에 뭔가 다른 배후가 더 있거나 황군에서 일부러 신사천을 긴장 상태에 몰아넣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으로 보였다·

전자라면 아마 황군을 견제하고자 하는 무림맹일 가능성이 높고 후자라면 동진군의 출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물론 제 삼의 이유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건은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그만두었다· 그런 싸움에 괜히 더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이후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서하의 잠자리를 봐준 장건은 집 마당으로 나와 뒤쪽 쪽문으로 나섰다· 그러면 장가 상회와 저택 뒤에 있는 골목길로 나갈 수 있게 되는데 그 골목은 장가 상회와 단상운의 공방 그리고 장건의 수련장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그 골목은 집 뒤쪽 골목이라기보다는 수련장과 공방 저택에 포함되어 식구들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낮이면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면 다른 집안 아이들도 어느새 어울려 아이들 일고여덟 혹은 열댓이 우르르 몰려다니면 노는 것이다·

그 골목으로 나온 장건은 어둑한 담벼락 그림자를 쭉 한번 훑어보고는 품에서 연초를 꺼내 말았다· 종이에 침을 묻혀 붙이고 입에 물었다· 아직 불도 붙이지 않았는데 씁쓰레한 연초의 향이 코를 스쳤다· 낮엔 할 일이 있다 보니 연초를 잘 피우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때문에 요 며칠 장건이 연초를 피우는 시간과 장소는 이곳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검지를 들어 연초 끝에 불을 피운 장건은 깊게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후우-하고 천천히 내뱉었다· 별과 달만 빛나는 시간에 어둑한 골목에 서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었다· 가능하다면 마궁 토벌을 나서기 전까진 계속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정말 다시 싸우고 싶나? 이번엔 허리띠로 끝나지 않을 거다·”

그렇게 연초를 문 채 골목 담장 그림자에 반쯤 묻혀 나머지 몸의 절반만 달빛을 받던 장건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저쪽 골목길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담장 그림자에 절반만 묻혀 가만 서 있는 장건과는 달리 그는 천천히 그림자 밖으로 몸을 드러냈다· 달빛 아래 그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는 데에는 서너 발짝이면 충분했다·

“···그때 그렇게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목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싸웠어야 했지· 차라리 그게 내 최후였어야만 했어·”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짙은 피곤함과 옅은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굳은 의지를 담고 있었다· 퀭한 눈가와 덥수룩한 수염 마른 입술을 가진 그 얼굴의 주인은 배원찬이었다·

그는 부둣가에서 했던 예고를 지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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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Martial Wild West

Moorim West, Wild West Murim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he main character reincarnated in a world where martial arts exist. Is the land beyond the sea the world he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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