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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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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다음 날 새벽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새카맣던 동쪽 하늘이 푸르스름한 물빛으로 옅어져 갈 때·

장건 일행은 일찍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말에 안장을 채우며 떠날 준비를 했다· 한쪽에선 손발이 묶인 갈웅이 작은 바위 하나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 어둑한 와중이라 서로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장건 일행이 그에게 관심 없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갈웅은 장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저리 태연할까? 무림맹주는 황제에게 검을 하사받을 정도로 황군과 제국에 협조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무림맹을 그저 제국의 부속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적게나마 있을 정도였다· 그런 무림맹주가 뒤에선 신대륙의 독립을 꿈꾸는 비밀결사를 조직했다는 사실은 담이 작은 자에겐 생명의 위협을 담대한 자에겐 아슬아슬한 기회로 보일 정보였다· 신대륙의 질서를 세우는 단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기에 신대륙 사람 대부분은 저렇게 침착하긴 힘들 터였다·

그때 정리를 끝낸 장건이 뚜벅뚜벅 갈웅을 향해 걸어왔다·

분노로 눈을 치뜨던 갈웅은 다가오는 장건을 쏘아보며 그 분노를 계속 유지하려 했지만 발걸음 소리가 턱턱 가까워지자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버렸다· 그의 눈에 장건의 신코가 보였다·

“나 날 어떻게 할 것이오?”

장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신코만 바라보던 갈웅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장건의 손이 와락 그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어가기 시작했다· 갈웅은 버둥거리며 외쳤다·

“자 잠깐! 잠깐만! 사 살려줘! 죽이지 마! 당신! 나 날 죽이고 당신이 멀쩡할 수 있을 것 같아! 대장이! 선생님이! 그리고 우리 태평대원들이 당신을!”

그의 외침에도 장건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우악스레 그를 끌고 전날 거꾸로 매달았던 나무까지 데려갔다· 주변에 돌과 흙 누런 잡초만 가득한 가운데 조그맣게나마 있는 유일한 나무였다· 그 나무에 도착한 장건은 어제 갈웅을 매달았던 밧줄을 붙잡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갈웅의 눈에는 그 밧줄과 나무가 자신의 교수대인 것만 같았다·

갈웅은 악을 쓰던 것도 잊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 사 살려주시오···”

“태평대의 구성이 어떻게 되지?”

공포에 흐려졌던 갈웅의 눈에 희망이 스쳤다·

“대 대장이 있고 그 밑에 나와 책사 주선이 있소! 그 밑은 모두 평대원이고!”

“조직 구성이 간단하군·”

“아 아직 결성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소· 이번 일이 우리 태평대가 태평대라는 이름을 짓고 시작한 첫 작전이었소···”

“넌 상가의 자식이라 했었지· 그 선생에게 무공을 배운 모양이고· 그럼 다른 태평대도 모두 선생의 제자인가?”

갈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 모두 그렇진 않소· 선생님께 배운 이는 열이 안 되고··· 나머지는 그 열에서 가지를 뻗어 엮여온 인원들이오· 가진 능력을 떨치지 못했지만 몸을 낮추고 기회를 보던 상가의 자식들이나 무예를 공부한 이들에게 뜻을 펼칠 방법을···”

“도시에서 놀고먹던 한량과 건달들이란 말이군· 너희 중 진짜 중요한 인물은 대장과 그 주변인뿐이라는 말이지·”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던 갈웅은 자신이 지금 그걸 반박할 상황이 아니란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장건이 태평대를 얕잡아 봐주면 그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고·

대충 어제 미흡했던 부분을 모두 알아냈다고 여긴 장건은 나무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갈웅을 그 나무 밑동 쪽으로 바짝 붙이고 그의 몸을 묶어버렸다· 갈웅은 자신이 매달리는 것은 아니란 생각에 표정이 밝아졌다· 장건은 그걸 보며 말했다·

“워낙 어설프니 죽일 생각도 들지 않는군· 여기 있다가 네 동료들이 쫓아오면 풀어달라 해· 그리고 이게 멍청한 짓 그만두고 각자 집으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라고도 전하고·”

“마 마지막 기회?”

갈웅은 장건을 올려다보았고 장건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더는 봐주지 않는다· 어제처럼 적당히 상대하다 놔주거나 지금 너처럼 묶어놓고 살려주지 않는다· 다 죽일 거야·”

보통 널 죽이겠다느니 없애버리겠다느니 하는 말은 직접적인 단어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위엄을 잃는 편이다· 너무 강한 말이라 도리어 거북함만 안겨줄 뿐 공포를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갈웅은 두려움을 느꼈다· 장건은 두 눈을 살기로 번쩍이지도 분노나 증오로 얼굴을 일그러뜨리지도 않았다· 그저 고요한 새벽의 호수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차분한 태도로 그리 말했다· 그를 본 갈웅은 그가 정말 그리할 것임을 그리고 태평대는 그가 그렇게 하려고 할 때 무슨 힘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임을 느꼈다· 장건은 협박이 아니라 진실을 말한 것이다·

“아 알겠소· 대 대장은··· 내가 설득하겠소···”

겁먹은 갈웅을 바라보던 장건은 이내 몸을 돌렸다· 갈웅은 그가 떠나고 나서야 겨우 제대로 숨을 쉬었다· 그는 자신이 긴장 때문에 반쯤 숨이 막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는 것에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때 그런 그에게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양굉이었다· 갈웅은 이자도 자신에게 경고를 남기려는 것인가 생각하는데 양굉은 갑자기 손을 뻗어 갈웅의 옷깃을 쥐어뜯었다·

“이게 무슨···?”

양굉은 이어서 그 뜯어낸 옷자락으로 갈웅의 눈을 가렸다·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떠났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양굉은 옷자락을 묶으며 말했다·

“얌전히 있다가 저 양반 말대로 집에나 돌아가· 벌써 몇 명 죽었잖아· 여기서 안 멈추면 진짜 다 죽는 거야·”

천을 다 묶은 양굉은 갈웅의 뺨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야는 새카맣게 변해 눈을 뜨나 감으나 보이는 것이 없었다·

잠시 후 말이 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두두두 말발굽 소리와 함께 그들이 떠났다· 앞이 보이지 않는 갈웅은 꾹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그는 말발굽 소리가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되고도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손발이 속박되었다는 것 때문에 어딘가 좁은 상자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갈웅은 시간이 흐르는 것인지 아니면 멈춘 것인지 자신이 어느 외딴 섬에 묶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세계가 등에 닫는 나무와 엉덩이를 댄 바닥만으로 축소될 때쯤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두두 몰려오는 것을 보니 꽤 많은 사람이었다· 그의 동료들 태평대가 틀림없었다·

“여 여기다! 여기야! 나 여기 있소 대장-! 갈웅이 여기 있소! 나 좀 풀어주시오!”

어디서 그런 힘이 난 것인지 아니면 묶여있던 시간이 그가 느낀 것보다 훨씬 짧았던 것인지 갈웅의 목에선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 말발굽 소리가 그를 향해 몰려왔다· 그들은 묶인 갈웅 가까이 말을 멈췄다·

“어 어서 풀어주시오 대장· 그리고 물도 좀···”

하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갈웅이 고개를 갸웃하는데 그들 중 누군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다가와 무언가를 갈웅의 입에 대주었다· 당황하던 갈웅은 그게 물이라는 걸 깨닫고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물주머니 절반쯤을 그렇게 단숨에 들이킨 갈웅은 입가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당신들은··· 내 친구들이 아니군··· 누구시오?”

그 순간 물을 먹여주던 누군가가 그의 눈을 가리던 천을 거칠게 풀었다· 생각보다 훨씬 쨍한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던 갈웅은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저쪽에서 말 위에 올라타 그를 내려다보는 한 남자는 알아보았다· 그의 왼 어깨에 검은 몸체에 흰 머리를 가진 수리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었다· 부리부리한 두 눈매를 타고 붉은 무늬가 길게 몸으로 내려가는 멋진 수리였다·

혈리응이라고 불리는 그 수리는 갈웅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니면 자신의 주인이 무슨 신호를 준 것인지 퍼더덕 하늘로 올라갔다· 갈웅은 자기도 모르게 그 혈리응의 주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다· 그러나 어찌어찌 참아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태평대라는 걸 이들에게 들킬만한 요소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다·

“목에 맨 황건부터 치우고 위장할 생각을 해야지· 이거 전격적인 습격과는 다르게 그리 똑똑한 친구들은 아닌 것 같군·”

갈웅은 같잖다는 듯 내려다보며 말하는 제운성의 말에 덜컥 놀라서 자기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황건은 없었다· 그건 그의 품에 고이 접혀 있지 목에 매고 있지는 않았다·

“···날 놀리시는군·”

제운성은 그 화난 목소리를 듣고도 크고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놀려주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 당장 손과 발을 으스러뜨리며 협박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충분히 다행 아닌가?”

갈웅은 애써 눈을 치뜨고 그를 노려봤지만 뒤로 묶여있는 손이 덜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운성은 여전히 웃는 낯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그에게 물을 먹여주었던 부하에게 턱짓했다·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갈웅과 나무의 속박만 풀어 자신의 말 등에 얹어버렸다· 갈웅은 그렇게 짐짝처럼 다뤄지는 동안에도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때 제운성 옆에 있던 제상천이 입을 열었다·

“왜 데려가는데? 여기서 처리하면 되잖아·”

“지금은 장보도를 쫓아야 하오 공자· 너무 멀어지면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보물을 들고 도망쳐버릴 테니까· 적당한 순간을 포착할 때까진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오· 사냥이라는 게 그렇지·”

하지만 그 설명에도 제상천의 표정이 약간 불퉁스러워지자 같이 있던 섬지영이 말했다·

“가가 어차피 밤이 되면 추적이나 도주나 모두 멈추잖아요· 그때 심문해도 늦지 않아요·”

“···그래· 어차피 제 각주가 아니었으면 추적할 생각도 못 했겠지· 각주의 말대로 할게·”

제운성은 자신의 말에 불만스러워하는 제운성의 모습에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말을 하면 따르긴 하니 앞으로 바꿔나가면 될 듯하면서도 어느 세월에 이 철부지를 가문의 후계자로 만들지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그는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것으로 그 감정을 모두 정리했다· 철부지의 작은 투정에 흔들릴 시간 없었다· 그는 객잔에서 장건을 보았던 것 장보도는 가져가며 금전은 그대로 두었던 것 그리고 신사천 외곽에서 일어났던 소동 등등을 토대로 이미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추리해 어제 오후부터 가문의 병력을 이끌고 출발했다·

본래 이 추격대에 제상천은 없었으나 장보도의 원 거래자가 제상천이었음에 제가의 가주는 그가 그 책임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본인도 출정하길 강력히 원했고·

그들이야 옛 이 씨 세가의 재물과 이세민의 무공 때문에 그런 것일 터였으나 정작 추격을 이끄는 제운성은 약간 생각이 달랐다· 그는 이 추격전에서 단순히 보물만을 노리고 있지 않았다·

출발하려던 그의 눈에 말 안장 뒤에 얹어진 갈웅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이 맨 황색 복면· 그 황색을 떠올린 제운성은 묘한 미소를 짓고는 고삐를 튕겨 말을 달렸다·

백에 가까운 말과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 * *

갈웅을 묶어놓고 해가 중천을 넘어가던 한낮까지 꾸준히 움직이던 장건과 이연 양굉은 여트막한 언덕 위에 올라섰다· 그 언덕에 올라서 보니 저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 하나가 보였다· 집들이 워낙에 다닥다닥 붙어서 마치 커다란 한 건물처럼도 보이는 마을이었다·

양굉이 말했다·

“오! 저기서 말 구하면 되겠구만· 그리고 밥도 한 끼 합시다·”

“언제는 얼른 달리자며?”

“아 달리는 건 달리는 거고· 그것도 밥은 먹고 달려야 하지 않겠소· 먼지를 얼마나 먹은 건지 나 지금 고깃기름 둥둥 뜬 소면이 매우 땡기고 있소·”

장건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 앉아 있던 이연은 눈을 매섭게 뜨고는 양굉을 노려봤는데 아마 저 마을 이후엔 장건과 같은 안장에 타지 못한다는 것 때문인 듯했다· 그 눈빛을 받은 양굉은 살짝 움찔했지만 그녀가 달려들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에 다시 실실 쪼갰다·

그렇게 한 놈은 실실 웃고 한 여자는 도끼눈을 뜨고 허리춤의 진짜 도끼를 더듬을 때 장건이 고개를 돌려 여태 달려 지나온 황야를 바라보았다· 마른 풀과 붉은 바위 그들이 지나와 이젠 흐리게 남은 뿌연 흙먼지 위로 진한 푸른색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장건은 그 하늘을 날고 있는 수리 한 마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그러고 있으니 옆에 있던 양굉이 말을 걸었다·

“어 장 형? 안 갈 거요?”

“가자·”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린 장건은 먼저 조조를 달려 나갔다· 그가 뭘 보는 건가 하던 양굉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 작은 마을로 들어서니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연이 그 허전한 모습에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이거 경계심이 너무 강한 거 같은데요·”

“좀 그렇긴 하군·”

휑한 거리와 달리 그 양옆에 있는 건물들에는 창문과 창문 문과 문틈 사이에 꽤 많은 눈들이 그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외지인에 겁먹고 숨은 양민들이었다·

일행은 곧 그 작은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객잔을 찾을 수 있었다· 양굉이 앞장서 걸어 들어갔다·

“내가 또 여기 객잔 주인을 아는데 말이오 국수를 기가 막히게 말아주거든· 한 그릇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니까·”

그렇게 실실 웃으며 객잔 안에 들어서던 양굉의 표정이 굳었다·

“어서옵쇼 뭘 드릴까?”

“···국수 세 그릇 주시오· 그리고 여기 말 한 마리 구할 수 있는 곳 있소?”

“말이요? 거 수고비 조금 주면 내가 한 마리 구해줄 수 있지·”

양굉은 굳은 얼굴로 이연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품에서 은전 몇 개를 꺼내 객잔 주인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국수는 곧 드리고 그 다음 말을 구해오지요·”

혼자 객잔을 운영하는지 객잔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거리만큼이나 휑한 객잔 한구석에 앉은 양굉을 향해 이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아는 사람이라며?”

“···주인이 바뀐 것 같은데· 뭔가 좀 수상하구만·”

“뭐? 아 시발· 그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그냥 튀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연이 성급하게 굴 때 장건이 말했다·

“일단 우린 말 하나가 있어야 하오· 조조가 계속 두 사람을 업고 달릴 순 없으니까· 그러니 잠깐 좀 봅시다·”

잠시 객잔 주인은 국수 세 그릇에 만두까지 한 접시 가져왔다·

“우린 만두 안 시켰는데?”

“헤헤 덤입니다 덤· 오늘 첫 손님이시거든요·”

객잔 주인은 그렇게 넉살 좋게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먹는 걸 보겠다는 것 같았다· 양굉이 그걸 보고 말했다·

“말 안 구해줄 것이오?”

“아 그렇지요· 내 금방 다녀오리다· 나 올 때까지 그냥 가시면 안 되오·”

그렇게 대답한 객잔 주인은 총총 객잔을 떠났다· 그리고 양굉은 그가 나가자마자 품에서 은빛 바늘 하나를 꺼내 국수에 담갔다· 이연도 유심히 그걸 보는데 바늘의 색 변화는 없었다·

“에이 뭐야· 그냥 과민했던···”

양굉은 그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만두에 침을 찔렀다가 뽑았다· 국수 국물과 만두 속이 같이 묻어 만난 부분이 누리끼리하게 변색되고 있었다· 양굉이 중얼거렸다·

“이런 염병···”

그걸 바라본 장건은 자연스레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객잔 주방으로 다가갔다· 그 뒤를 이연과 양굉이 따랐다·

그들은 대충 정리된 주방의 모습을 둘러보다가 곧 한쪽에 있는 창고 문을 열었다·

“이런 여엄병···”

양굉이 조금 전과 같은 욕설을 길게 늘여 다시 내뱉었다· 창고 안쪽에는 벌거벗은 시체가 둘 있었고 그 옆에는 이전에 있었던 다른 수많은 희생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와 잡동사니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연이 당황하며 말했다·

“이 이게 뭐죠?”

“객잔으로 위장하고 여행자들을 털어먹는 도적들이오· 보통 외딴곳에 덩그러니 객잔 하나만 있는 편인데 여긴 특이하게 마을을 통째로 먹었군· 그놈이 말을 가져올 리는 없으니 이만 갑시다·”

장건의 말에 따라 얼른 객잔을 나온 일행은 모두 걸음을 멈췄다· 객잔 주인을 비롯해 지저분한 사람 열댓 명이 각자 흉악한 날붙이 하나씩 들고 객잔 입구를 포위하고 있었다·

객잔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이거 횡재구먼· 편지를 받자마자 그 당사자들이 이렇게 나타나다니·”

“편지?”

양굉이 뭔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객잔 주인은 자신의 칼등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너흰 몰라도 돼 임마· 너네 뭔 두루마리 하나 있지? 그것부터 좀 꺼내 봐·”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믿는 그 도적들의 거만함에 양굉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이연을 붙잡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이연이나 도적들이나 뭔 짓거리인가 바라보는데 정작 그는 장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게 되었소 장 형· 괜히 귀찮게 만들었구만· 진짜 원래 아는 사람이 있던 객잔이었는데·”

“너 뭐하냐?”

“뭐하긴· 장 형에게 방해되지 않게 빠져주는 거지·”

장건은 그가 뒤로 빠지며 짓는 뺀질뺀질한 웃음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고 지켜보던 도적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뭐야 저 미친놈은· 이상한 지랄하지 말고 두루마리나 내놔 이 새끼들아!”

객잔 주인으로 위장했던 도적이 자기 칼을 치켜들며 위협적으로 외쳤다· 그는 자기들이 훨씬 많으니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황야에 특별히 고수라고 할만한 자는 잘 다니지 않았고 애초에 자기가 고수입네 하는 자들도 몇몇 죽여봤던 도적은 별다른 걱정 없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 그들을 향해 다시 외쳤다·

“이 씹새들아!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이 새끼들이 옷부터 싹 벗겨놓고 알몸으로 존나 맞아야-”

그때 핑-하는 소리와 함께 위로 치켜들었던 그의 오른손이 칼과 함께 사라졌다·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그가 멍한 눈으로 자기 손을 바라볼 때 허공을 날던 손과 칼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것을 바라본 도적이 다시 장건을 바라보니 그는 오른손을 낮게 앞으로 뻗고 있었다· 도적은 무엇이 자기 손을 잘랐는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곧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굴렀다·

옆에 있던 양굉은 장건이 품에서 쇠 송곳을 꺼내 던졌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조그만 송곳이 뭘 얼마나 강한 힘을 담아야 손목을 잘라버리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송곳을 던지며 도적을 돌아보았던 장건은 그런 양굉에게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이거 정리하고 보자·”

양굉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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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Martial Wild West

Moorim West, Wild West Murim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he main character reincarnated in a world where martial arts exist. Is the land beyond the sea the world he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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