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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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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지부장은 일그러진 얼굴로 가만히 장건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분은 누구신가?”

본인의 말실수에 입을 가렸던 조원식은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대답했다·

“그··· 무림맹 훈장을 가지고 계신 분으로··· 제가 정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회룡단 조직원들을 제압해 두셨던 분입니다···”

“훈장? 내가 묻는 건 이자가 누구냐는 것이네· 그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는 훈장 따위가 아니라·”

지부장은 장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원식을 책망했다· 조원식은 그렇게 한 소리를 듣고서도 그냥 뒤통수나 긁적거릴 뿐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지부장의 명령을 어기고 건달 놈들을 잡았다는 흥분 때문에 장건을 여기까지 안내하면서도 그의 신상 명세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이다· 그는 그것까지 말하면 더 혼나겠다 싶어서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대신 장건이 입술을 뗐다·

“장건· 떠돌이요·”

“···떠돌이?”

지부장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보통 칼 차고 무공 좀 배웠다는 무림인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뭐 있지도 않은 별호를 만들어 말하거나 혹은 자기가 누구에게 배웠네 어디 가문의 누구누구네 하고 떠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떠돌이라니· 지금 이 감산성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런 겸손한 대답도 그냥 가볍게 넘어갈 수 없군· 훈장이 있다고 했나? 좀 봤으면 하는데·”

장건은 순순히 훈장을 꺼내 지부장에게 내밀었다· 지부장은 두 눈을 있는 대로 찌푸려서는 그걸 받아들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마치 흠을 찾는 감정사 같은 눈빛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건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낮추며 물었다·

“아드님이 위험하다는 건 무슨 소리요?”

훈장을 살펴보던 지부장은 이리저리 돌려보던 손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장건과 시선을 맞췄다·

“···그건 현재 우리 지부의 기밀 사항이네· 외부인인 자네에게 더 말해줄 건 없어· 그리고 지부 안에 거처를 마련해 줄 테니 며칠 머물다 가게·”

지부장은 장건에게 훈장을 돌려주며 그리 말했다· 장건은 그것을 받아 품에 집어넣으며 다시 물었다·

“날 억류하겠다는 것이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며칠 안에 모든 상황이 다 마무리가 될 거야· 그럼 내가 보상금도 두둑이 챙겨 줄 테니까 그냥 마음 편히 머물다 가게· 어디 나갈 생각하지 말고·”

장건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부장은 그걸 보고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건달 대여섯 잡았다고 자네가 이 사태의 주역이 된 것 같나? 그 건달 놈들은 아무것도 아니네· 지부에 있는 고참 무사 서너 명만 나서도 금세 정리할 수 있지· 우리가 지금 나서지 않는 이유는 그 양아치 놈들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일 뿐 정리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네·”

그 말을 듣는 장건은 가만히 있는데 옆에 있던 조원식이 슬쩍 끼어들었다·

“저기 대여섯은 아니었는데요· 흑혈파와 회룡단의 분쟁 중이라 잡아 온 건달이 쉰은 넘습니다·”

그 말에 찌푸리고 있던 지부장의 얼굴에 조금 놀라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그 표정을 빠르게 지웠다·

“그래봤자 결국 건달 놈들이지· 회룡단 놈들은 어중이떠중이 가리지 않고 받아서 그 수가 벌써 백이 넘어가는 놈들이니· 진짜 중요한 건 그 회룡단의 단주와 그놈 형제들이야· 그놈들이 진짜 위험한 놈들이지·”

“저기··· 잡은 놈 중에 회룡단 부단주 왕삼도 있는데요·”

지부장은 고개를 획 돌려 조원식을 노려보았다·

“···왕삼이 있다고?”

그는 다시 장건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지금 자네가 왕삼을 잡았다는 건가? 회룡단 조직원 쉰 명과 함께?”

장건이 직접 때려눕힌 것은 왕삼과 흑혈파 조직원들 뿐이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잡은 것도 맞긴 했다· 그래서 그는 대충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지부장은 잠깐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다가 갑자기 장건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난 무림맹 감산 지부 갈우선이라고 하네· 그냥 갈 지부장이라 부르게· 이거 강호의 영웅을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반갑소 갈 지부장·”

장건은 그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쓴웃음을 지으며 마주 포권을 했다· 그가 생각보다 고수인 듯 보이자 적당히 대우해 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장 무사라고 했나? 방금 자기소개도 그렇고 감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쩐 일로 머물게 되었나?”

“찾을 사람이 좀 있소·”

갈 지부장이 허허 웃었다·

“사람 찾다가 뒷골목 건달들 분쟁을 정리하게 되었다는 건가? 놀라운 비약이군· 누굴 찾는지 알려주면 우리 지부에서 도와주지·”

“그냥 도와주겠다는 것이오?”

“아니· 자네가 회룡단 조직원과 왕삼을 잡아주었지 않은가? 그 보상이라 생각하게·”

장건은 쓴웃음 짓던 얼굴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글쎄· 굳이 그럴 필요 없소· 그 왕삼이라는 놈에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갈 지부장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왕삼을 심문하겠다는 건가? 자네 손으로?”

“원한다면 지켜보아도 좋소·”

“이보게 이곳 감산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우리 감산 지부야· 그런데 자네 마음대로 그렇게 사람을 잡아다가 심문하는 걸 우리가 그냥 두고 보아야 한다는 것인가?”

장건은 갈 지부장의 굳은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 집어치우시오· 보아하니 그쪽 아들이 위험한 모양인데 그럼 지금 그딴 규정 들먹이며 재고 있을 상황이 아닐 것이오· 그리고 내가 알아낼 사항은 당신들도 알아야 할 문제요·”

“···우리가 알아야 할 문제라고?”

“그렇소· 당신들 무림맹·”

갈 지부장과 조원식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저녁부터 시작되었던 밤비는 쉬이 멈추지 않았다· 젖어가는 흙바닥은 질척거리며 신발에 달라붙었고 공기는 축축한 와중에도 서늘하다 못해 차갑게 변했다· 세상은 밤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 때문인지 어둑하기 그지없었다· 여기저기서 흔들거리는 횃불도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에 가려져 자신의 영역을 늘리지 못했다·

그 어두운 빗속을 뚫고 움직인 장건과 갈 지부장 조원식은 이 밤 중에도 뭔가 소란스러운 건물을 찾았다· 그곳은 무림맹 감산 지부의 뇌옥이었다·

갈 지부장은 그곳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외쳤다·

“왜들 이렇게 소란스럽나! 다들 일 똑바로 못해!”

건달들을 좁은 쇠창살 안에 잔뜩 몰아넣고 있던 무림맹 무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지부장의 모습에 대뜸 허리부터 숙였다·

상황이 웃겼다· 일단 쇠창살 뇌옥 자체는 꽤 널찍해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건달들이 너무 많아서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은 궁상맞아 보였다· 거기에 창살 앞에 선 무사들이 한 사람씩 밖으로 꺼내서 그 앞에 놓인 책상 앞에 데려가 그의 신상 명세를 적어내고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지부장은 가볍게 콧바람을 불더니 말했다·

“일단 잡아 온 건 잡아 온 것이니 빠짐없이 죄를 캐내게· 경중에 따라 수용소로 보내거나 교수형을 치러야 하니까· 조직 분쟁 중에 죽은 이가 많았다니 확실히 하게·”

“예 지부장님·”

“큼· 그리고 왕삼은 어디 있나?”

서류를 작성하던 무사는 지부장이 그를 왜 찾는지 짐작하는 것인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하 뇌옥에 있습니다· 쇠고랑을 묶고 창살 안에 집어넣는 동안에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더군요· 의원을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내가 상태를 좀 보겠네· 의원이 필요하다면 그때 부르도록 하지· 하던 일은 마저 하게·”

갈 지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로 앞장섰다· 그 입구 앞에 있던 무사가 열쇠로 문을 열어 주었고 세 사람은 그렇게 지하 뇌옥으로 내려갔다·

횃불 하나를 집어 든 조원식이 말했다·

“의식이 없으면 심문도 못 하지 않습니까?”

“그런 사정 봐줄 상황이 아니야· 쥐어패서라도 깨워서 내 아들의 위치를 알아야겠네·”

지하로 내려온 세 사람은 이후 길게 이어진 뇌옥 복도를 지나 제일 깊은 곳에 있는 창살 앞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장건의 주먹에 기절한 왕삼이 다리와 손목에 쇠고랑을 차고 한쪽 벽에 몸을 기대로 축 처져 있었다·

지부장의 열쇠로 덜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도 그는 의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부장이 제일 앞장서 안으로 들어선 순간 숨을 죽이고 있던 그는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며 지부장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 어딜!”

그러나 갈 지부장은 자신을 덮쳐오는 왕삼을 향해 일순 일곱 번의 주먹을 날려 얼굴과 상체를 난타했다· 손발이 묶여 자유롭지 못했던 왕삼은 그 연타를 그대로 맞고 뒤로 나가떨어졌고 지부장은 곧장 쓰러진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들고 그 얼굴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이 자식! 내! 아들! 어디! 있어!”

하지만 왕삼은 이를 악물고 버둥거리며 그의 주먹을 견뎠다· 한참 후려치던 갈 지부장이 숨을 헐떡이며 일어서자 그는 눈을 뜨고 씨익 웃더니 침을 뇌옥 바닥에 찍 뱉었다·

“다 했소? 주먹이 말랑말랑하시군·”

“···이 새끼·”

갈 지부장은 다시 나서려다가 조원식의 손에 가로막혀 멈춰야 했다· 등을 뇌옥 벽에 기대고 앉은 왕삼은 그걸 보며 실실 웃었다·

“허 참· 왜 당신 아들을 나한테 찾는 것이오? 이거 상황이 아주 당황스럽구먼·”

그는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장건을 향해 턱짓하며 말을 이었다·

“그쪽하고 한 판 한 건 기억나는데 여긴 어디지? 우리 무림맹 감산 지부장께서는 왜 여기 있고?”

“왜긴· 여기가 감산 지부니까 그렇지·”

장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해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쭈그려 앉았다·

“피부가 참 질기던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었나?”

“···신기하지? 이건 내 스승의 스승부터 삼 대에 걸쳐 완성한 철피금근공鐵皮金筋功이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수련법을 가르쳐주지· 물론 네놈은 수련법을 알아도 익힐 수 없을 테지만·”

왕삼은 손발이 묶인 채 뇌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감출 수 없다는 얼굴로 그리 말했다· 장건은 쭈그리고 앉은 채 턱을 만지작거리며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수련법을 알아도 익힐 수 없다··· 왜?”

“흐흐··· 이 무공은 스스로의 피부와 근육을 찢고 특수한 약을 발라 치유하며 완성하는 무공이다· 그리고 그 약을 만드는 법은 내 스승만 알고 있었지·”

“그럼 네 스승을 찾아가면 되겠군·”

“그게 불가능하다는 말이야· 그 양반은 내 손에 죽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패륜을 입에 담는 왕삼을 보며 장건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애초부터 왕삼과의 대화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그의 몸뚱이를 가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뒤로 조금 물러났던 갈 지부장이 외쳤다·

“왕삼! 네놈과 네놈 형제들이 내 아들을 납치한 장본인이라는 건 알고 있다! 어차피 네놈이 지금 말하지 않더라도 맹의 비선이 내 아들을 숨긴 장소를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네 죄를 조금이라도 덜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갈 지부장· 당신 아들을 왜 나랑 내 형제들한테서 찾아? 그놈 원래 잘생긴 얼굴만 믿고 방탕하게 놀던 놈 아닌가? 내가 보기엔 어디 기루에 처박혀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 같은데·”

“이 새끼!”

갈 지부장은 왕삼이 능글능글 웃으며 한 대꾸에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며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원식이 그를 가로막았다·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장 무사가 심문해볼 것이 있다지 않았습니까·”

“오? 나한테 궁금한 게 있나? 나도 그 쪽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왕삼은 조원식의 말을 듣고는 장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고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장건의 눈을 바라보며 대뜸 물었다·

“너 뭐냐? 왜 흑혈파랑 우리 싸움에 끼어들었어?”

“끼어든 건 너였지·”

“···하 그래· 중간에 덮친 건 나였으니 그렇다 치자· 그래서 너 뭔데?”

“난 장건이다·”

“···누가 이름 물어봤나?”

장건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들며 말했다·

“네가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그것뿐이야·”

“무슨···”

그때 왕삼의 눈에 장건의 손가락 끝에서 흐릿하게 꾸물거리는 아지랑이가 보였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게 뭔지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그 손이 번개처럼 왕삼의 몸뚱이에 틀어박혔다·

“컥!”

장건의 찌르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당하는 왕삼 입장에서는 어디를 몇 번이나 찌르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이었다· 그걸 보던 조원식이 갈 지부장에게 물었다·

“···저거 봉맥술 아닙니까?”

“으음 나도 그렇게 보이네만··· 자상을 입은 자도 아닌데 어찌 저런···”

그때 장건의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왕삼의 명치 부분을 가볍게 툭 찌르고 멈췄다· 철피금근공의 힘에도 불구하고 매 찌르기마다 큰 고통을 느꼈던 왕삼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장건을 바라보았다· 그 눈을 마주 보는 장건은 손가락을 떼며 말했다·

“고맙다 덕분에 검기점혈劍氣點穴을 손가락으로 다 해 보네·”

“뭐? 그게 무슨··· 어억!”

얼빠진 얼굴을 하던 왕삼은 곧 사지가 뻣뻣하게 굳으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는 뭔가 우두둑 부러지고 찌지직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나왔고 눈은 뒤로 홱 돌아버린 채 부러져라 악문 입에서는 허연 거품이 질질 새어 나왔다·

지켜보던 조원식과 갈 지부장은 어두운 뇌옥 안에서 흔들리는 횃불 아래 그 섬뜩한 모습을 보고는 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장건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며 말했다·

“몸뚱이가 튼튼해서인 지 오래 버틸 것 같군· 갈 지부장?”

“···드 듣고 있소 장 무사·”

“이 친구에게 예의를 심어주는 동안 감산 지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좀 해 보시오· 아들이 어떻게 된 건데?”

갈 지부장은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묻는 장건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다가 바들바들 떠는 왕삼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고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건 이곳 감산 지부의 기밀로···”

그 말에 장건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고 옆에 있던 조원식은 대뜸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는 움찔거리며 다시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짧게 말하자면 내 아들이 납치되었소·”

그는 말과 함께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납치라 생각하지 못했지· 저놈 말대로 어디 기루에 처박혀 빈둥거리는 줄 알았소· 내 아들놈이지만 주색잡기를 너무 좋아하던 녀석이니까··· 하지만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도 어디에서도 녀석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난 녀석이 죽었으리라 생각했소· 어디 지나가던 고수와 시비가 붙었든가 아니면 술에 취해 등판에 칼이 찔려서 당했으리라고···”

그의 손이 자신의 눈가를 덮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던 모양이오· 잘린 발가락과 함께 앞으로 있을 암흑가의 본격적인 전쟁에 끼어들지 말라는 편지가 내 앞에 도착했으니까·”

“발가락?”

장건의 반문에 갈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첫 번째였소· 그 일이 있고 한 주가 지나자 반대쪽 발가락이 또 한 주가 지나니 이번엔 새끼손가락이 그 후 더 참지 못한 우리가 크게 움직이려는 것 같으니 이번엔 왼손 하나가 오더군· 그래서··· 움직이지 못했소· 대신 무림맹의 비선을 이용해 움직임을 추적해 나갔지··· 감산 지부에 다른 맹원들은 잘못이 없소· 모두 아들이 살아있길 바란 내 욕심과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까·”

“그게 몇 주에 걸쳐 일어났다는 것이오?”

“알고 있소· 그 시간이면 내 아들이 살아있기 힘들다는 것쯤은· 하지만 매번 도착한 아들의 신체는 모두 하루가 지나지 않은 것들이었소· 어떤 아비가 그걸 보고 희망을 접을 수 있다는 말이오?”

장건은 짧은 이야기 후 축 처진 갈 지부장을 흘낏 돌아보았다가 조원식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쪽은 그걸 알고도 움직였다는 말이군·”

“···이미 지부장께서 말했듯이 갈원명 그러니까 지부장의 아드님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아주 적소· 그렇다면 그 납치범들의 협박에 더 시달릴 것이 아니라 이젠 범인을 잡아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소? 그리고 덕분에 제일 용의자였던 왕 씨 삼 형제 중 하나를 이렇게 눈앞에 두게 되었지·”

조원식은 굳은 얼굴로 그리 대답했고 그 용의자를 잡은 장본인인 장건은 입술만 길게 늘여 비죽 웃고는 아직도 으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벌벌 떨고 있는 왕삼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들어 그의 몸 이곳저곳을 찔러 점혈을 풀었다·

“헉 허억··· 쿨룩 허어···”

“이제 좀 얌전히 대답할 생각이 들었나?”

그 말에 멍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던 왕삼이 느릿하게 눈동자만 움직여 장건을 바라보았다·

“···맞다· 지부장의 아들은 우리가 납치했고 가둬서 손가락 발가락 잘라서 보낸 것도 우리다· 다 우리가 한 짓이야··· 무림맹의 개입을 늦추려고 그러려고 한 짓이다···”

“그거 말고· 난 그 알록달록 뱀 새끼들에 대해 알고 싶은데·”

멍한 표정이었던 왕삼은 장건의 말에 다 포기한 것처럼 히죽 웃었다·

“뱀?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 대답에 장건이 다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마치 다시 그 손가락에 찔리고 싶지 않다면 대답하라는 듯· 하지만 왕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장건을 똑바로 마주 보고 있었다·

“···난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다· 왕 씨 삼 형제 중 막내고 철피금근공의 수련자다· 무림맹 감산 지부의 개입을 묶어두기 위해 그의 아들을 납치했고 그 개입이 없는 틈을 타 감산성의 암흑가를 통일하고 있었다··· 난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다· 왕 씨 삼 형제 중 막내고 철피금근공의 수련자다· 무림맹 감산 지부의···”

그는 갑자기 창백한 얼굴에 땀과 침이 질질 흐르는 얼굴을 하고 그렇게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장건은 살짝 찌푸린 눈으로 왕삼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갑작스럽게 같은 말만 하기 시작한 왕삼의 눈에는 고통과 두려움 체념 그리고 묘한 열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장건도 이 황야를 떠돌며 몇 보지 못했던 신념이란 놈이었다·

뒤에 있던 조원식이 깜짝 놀라 물었다·

“뭐 뭐요? 이놈 갑자기 왜 이래?”

“···이거 고문은 애초부터 별 소용이 없었군·”

“뭐? 아니 그게 무슨···”

장건은 천천히 일어섰다· 뒤로 물러나 있던 갈 지부장은 그런 장건과 여전히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왕삼을 번갈아 보다가 와락 왕삼을 향해 달려들어 목덜미를 붙잡았다·

“이놈! 헛소리하지 말고 내 아들을 어디에 숨겼는지나 말해!”

“···그의 아들을 납치했고 그 개입이 없는 틈을 타 감산성의 암흑가를 통일하고 있었다··· 난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다···”

갈 지부장은 같은 말만 중얼거리는 왕삼의 모습에 이를 악물더니 그 얼굴을 연이어 후려치기 시작했다·

“헛소리하지 마라! 진짜 살을 째고 소금을 뿌려주길 바라는 것이냐! 내 아들 어디 있어!”

“···왕 씨 삼 형제 중 막내고 철피금근공의 수련자다· 무림맹 감산 지부의 개입을 묶어두기 위해 그의 아들을 납치했고 그 개입이 없는 틈을 타 감산성의 암흑가를 통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삼의 중얼거림은 변하지 않았다· 갈 지부장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 얼굴을 마구 후려쳤지만 그렇게 계속 맞고 맞아도 왕삼은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건은 연초를 하나 말아 입에 물며 조원식에게 물었다·

“그 정보를 찾고 있다는 무림맹 비선 어디서 만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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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Martial Wild West

Moorim West, Wild West Murim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he main character reincarnated in a world where martial arts exist. Is the land beyond the sea the world he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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