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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Chapter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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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단상운은 포권을 풀고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오른발을 앞으로 한 발짝 내미는 동시에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고 굳게 쥔 두 주먹은 허리춤에서 가슴께로 끌어올렸다가 천천히 앞으로 뻗으며 부드럽게 손바닥을 펼쳤다· 얼굴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데 그 와중에도 움직임에는 흔들림이 없었으며 호흡은 깊고 분명했다·

그를 마주한 장건은 왼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오른발은 디딘 듯 만 듯 불분명하게 한 발짝 내밀었고 두 손은 상체 정면으로 내밀었다· 오른손은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한 채 상단에 왼손은 허공을 내리누르는 듯 허리쯤 위치했다· 눈빛은 바닥 깊은 호수처럼 차분하고 고요했다·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 사이로 서늘한 밤공기가 내려앉았다· 들이쉬는 숨결에 왠지 하늘에서 흘러내린 별빛이 담겨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가슴 속으로 들어온 별빛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살며시 떨리는 손끝에서 반짝일 듯했다·

단상운은 갑자기 피어나는 상념을 얼른 지웠다· 자기가 먼저 비무를 청해놓고 막상 대결에 들어가려니 이상한 생각을 한 게 부끄러웠다· 그는 장건과 그의 실력 차이는 차치하고 그저 최선을 다해야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그의 결심과는 달리 그 순간 장건은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의 자세가 약간 다른 것과는 별개로 거기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상당히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단상운의 자세에서 느껴지는 것은 여타 다른 무공들처럼 황군 무공의 기조에 영향받아 강하고 억세며 억눌린 용수철처럼 터지기 직전의 기세가 아니었다·

그건 그의 태극권처럼 부드러운 그러나 물과 같은 태극권과는 달리 쇳덩이처럼 묵직하고 깊이 가라앉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기세였다·

또한 장건은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단상운의 눈에서 그가 자신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가 노리는 것이 후발선제後發先制든 아니면 그저 반격이든 다른 무공과 확연히 다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저 자세만 잡고 움직이지 않으면 싸움은 시작되지 않는다· 또 자세만 보고 그 무공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결국 무공이라 함은 서로의 손발을 섞여 겨뤄보아야만 진짜 그 안에 담긴 뜻을 실감할 수 있다·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한 장건은 단상운의 자세가 원하는 대로 선공을 하기로 했다· 본래 그가 재현한 태극권은 곡선의 묘와 반격을 기본으로 하는 권법이었지만 그렇다고 가만 단상운의 공격을 기다리자니 잔뜩 굳은 그의 눈매로 보아 한세월 걸릴 듯했기 때문이었다·

장건은 말했다·

“선공하겠소·”

그리고는 큰 걸음으로 천천히 나아가며 두 손은 자연스럽게 몸 바깥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점에서 점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장건은 직선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몸은 태극을 그렸다·

그를 마주한 단상운은 느릿한 돌개바람이 사람의 몸으로 구현되어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짐작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공격에 당황하면서도 십 수년간 익혀온 권법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였다·

느린 듯 빠르게 다가온 장건의 왼손바닥이 단상운의 오른손과 만났다·

장건의 손은 어깨 팔꿈치 손목까지 이어지는 회전력으로 단상운의 힘을 비틀어냄과 동시에 그의 자세를 무너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단상운은 그 회전력에 휩쓸리지 않고 손과 손이 만난 그대로 부드럽게 뒤로 물러났다· 장건의 손은 접촉을 놓치지 않으려 그대로 그 손을 따라갔고 자연스레 두 사람의 거리가 바짝 줄어들며 발과 발이 얽혔다·

장건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멈추면 너무 앞으로 나아간 자세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래서 가까이 붙은 단상운의 몸에 자연스레 무게를 실으며 얽힌 발을 빼고 빙글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단상운도 그렇게 움직이는 장건을 따라 열심히 손발을 놀렸다·

그 순간 누군가 두 사람의 비무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저게 무슨 무공 대결이냐고 고개를 갸웃거렸을지 몰랐다· 서로의 손 발 팔뚝 어깨 무릎 다리 등으로 상대를 밀어내고 밀려나고 당기고 끌려가고 벌리고 좁히며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인지 싸우는 것인지 모를 회전은 번개처럼 단숨에 승부가 나는 여타 다른 무공들과는 너무 달랐다·

그러나 그 손발에 힘이 모자란 것은 아닌 듯 부딪칠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마치 다듬이질을 하듯 연이은 소음이 마당 안에 가득 찼다·

장건과 단상운은 그렇게 서로를 공격하는 동시에 두 극점이 되어 빙글빙글 태극을 그렸다· 하지만 끝없이 돌 것만 같던 그 회전은 오래지 않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인은 두 극점이 비슷하지만 분명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장건은 태극이 맞았다· 뜨거움과 차가움 무거움과 가벼움 빠름과 느림 등 두 극으로 나뉜 힘이 그의 몸을 중심으로 묶여 하나의 원을 그렸다·

단상운은 달랐다· 그는 중심이 되지 않았다· 묵직하던 첫 기세와 달리 움직이기 시작하자 자신을 두 극 중 한쪽에 두고 다른 극점과 함께 회전했다· 그의 시점은 끝없이 회전했고 매 순간 반대편 극점의 위치에 서서 전에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상대방을 누르고 이겨내려는 동작이 아니었다· 상대방과 자신의 위치를 바꿔 서로의 자리를 이해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굳은 시야를 부숴내려는 움직임이었다·

장건의 태극과 단상운의 회전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둘 다 여타 다른 무공처럼 단순히 상대방을 파괴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건은 몸을 통해 태극이라는 이치를 그렸고 단상운은 움직임으로 상대방을 향한 탐구심을 그렸다·

그렇게 두 뜻이 달랐기에 영원할 것 같던 회전은 곧 무너졌다·

잠시 후 장건이 처음과 같은 자세로 섰을 때 단상운은 마당 한쪽에서 데구루루 나뒹굴었다· 그의 좌망권은 장건의 태극권보다 실전성이 떨어졌다· 권법이라기보다는 수련법이라는 게 더 정확할 정도였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단상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 했던 상상처럼 별빛이 담긴 서늘한 밤공기가 그의 가슴 속으로 들어와 온몸으로 퍼져 눈까지 올라와 세상을 반짝반짝 빛나는 별천지로 만드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희열이 그의 전신을 뜨겁게 달구고 동시에 차갑게 식혀 손발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때 그 별천지 한쪽 구석에서 빼꼼 장건의 얼굴이 등장했다· 장건은 손을 내밀었고 단상운은 조금 전 꼼짝할 수 없을 것 같던 것이 거짓말이라는 거처럼 자연스럽게 그 손을 맞잡고 일어섰다·

그는 그런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듯 몸을 내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들어 장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조금 멍하니 말했다·

“···내가 진 것 같소·”

장건은 피식 웃었다·

“원래 선공 쪽이 많이 유리한 법이지· 바둑도 그렇지 않소·”

“···그런 거요?”

“그쪽이 먼저 선공했으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소·”

단상운은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번 양보해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니오?”

“그것도 그렇군· 그쪽이 선공했어도 내가 이겼을 것이오·”

그 덤덤한 농에 단상운은 크게 웃었다· 장건은 그의 웃는 낯을 보다가 물었다·

“좌망권坐忘拳이라고 했소?”

“그렇소 좌망권· 아직 그 이름에 담긴 뜻도 다 이해하지 못한 권법이지· 스승님께는 죄송할 따름이오·”

“죄송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충분히 훌륭한 권법이었고 나도 많이 배울 수 있었소·”

단상운은 다시 웃었다· 그는 고개를 살살 내저으며 말했다·

“훌륭하긴 뭘· 스승님이 펼치는 좌망권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을 것이오· 그분이 좌망권을 펼치면 우레가 치는 것 같거든·”

“···우레?”

장건은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무 딱 한 번이었지만 장건이 경험한 좌망권은 도저히 우레와는 어울리지 않는 권법이었다·

조금 전 느낀 대로라면 좌망권은 장건이 내심 스스로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방향이라 여기고 있던 단순한 움직임에 뜻과 이치를 담는 사상무공思想武功의 원시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심 다른 곳도 아니고 신대륙에서 그런 무공을 만날 수 있었음에 기뻐하고 있는데 당사자의 입에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단상운은 장건의 표정을 보고 아차 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 그게 내 가진 역량이 모자라 스승님의 무공을 모두 배우지 못했소· 내가 익힌 것은 그분의 무공에서 쉬운 부분만 따로 뺀 것이오· 그런데 그마저도 어려워 흥미를 많이 잃었지· 하하···”

장건은 그의 변명 같은 설명에 당혹스러운 얼굴을 지웠다· 하지만 그건 단상운이 곤란해하는 듯했기에 표정을 가다듬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뭔가 장건이 알 수 없는 그들 사제만의 비밀이 있는 듯했다· 단상운이 어떻게 느끼고 있던 장건이 보기에 그의 좌망권은 웬만한 무공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난해한 무공이었다· 단순히 그 무공이 가진 파괴력과는 별개로 진정 무를 쌓아간다는 뜻에 어울리는 무공인 것이다·

“그 태극권이라고 했소? 그것도 정말 신비한 권법이었소· 마치 장 형이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할까· 이거 정말 스승님과 장 형이 비무하는 것을 봤어야 했는데· 하하!”

장건은 주제를 돌리는 단상운의 말에 씩 웃었다· 그도 굳이 사제의 비밀을 캐고 싶지는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그건 스승과 제자의 문제인 것이고 아마 둘이 풀어가야 할 문제일 터였다· 적어도 낮에 보았던 그들의 사이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았기에 장건은 걱정을 접었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오늘 내일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또 놀러 오면 되지 않겠소?”

“오· 그거 반가운 소리군! 언제라도 여기 놀러 오시오· 내 저 기관 장치도 금방 완성 시켜 볼 테니까 나중에 와서 꼭 확인해야 하오·”

장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소· 이제 들어갑시다· 밤공기가 춥군·”

두 사람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장건은 곧바로 잠들 수 없었다· 거실에 등잔불을 켜고 앉은 단상운이 그를 앉혀놓고 술을 꺼내 온 것이다· 덕분에 장건은 저녁 식사 때 들었던 그의 수다를 늦은 밤까지 들어주어야 했다· 그래도 간간이 기관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이것저것 귀띔을 해주면서 시간을 보내니 재미는 있었다·

어쩌면 증기 기관의 발명가로 기록될지 모를 남자와의 만남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 * *

탁자 위에 술잔 하나를 놓고 등잔불을 바라보던 왕 도사는 문득 자신이 낮에 보았던 떠돌이와의 싸움을 상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마자 헛웃음을 흘렸다·

“흐음··· 다 늙어서 무슨···”

여든 이후로 나이를 세지 않은지 벌써 몇 해가 지났는지 몰랐다· 아마 황군 동기 중에서도 실력이 모자란 녀석들은 다 늙어 죽었을 세월이었다· 산 놈이 있어도 골골거리고 있을 터였고 양민이 그와 비슷한 나이까지 살았다면 동네잔치를 넘어서 황제의 친서를 받을만한 경사이기도 했다·

“···아니지· 안 될 게 뭐야?”

하지만 그는 곧 생각을 바꿨다· 아직 그는 정정했다· 단전에 묵직한 내공은 몸의 노화를 늦춰주었고 아직도 매일 빼먹지 않는 단련은 건장한 근육을 만들어주었다· 실전 감각은 좀 떨어졌을지 몰라도 그만큼의 오랜 경험과 세월이 있으니 어찌어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기세를 거두자 아주 자연스럽게 내력을 가라앉히던 장건이 떠올랐다· 그렇게 마주했던 기세와 제자 놈 집에서 잠깐 대화한 바로는 분명 황군이나 고대 세가의 수련자는 아니었다· 그들에 비해 장건의 태도는 참 여유로우면서도 단단하고 오만함은 없었다·

“고놈 참···”

신대륙이 열린 지 백 년을 넘어가며 이제 이곳만의 무공이 꽃피기 시작하는 것일까· 왕 도사는 장건이 어디서 뭘 배운 녀석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호승심이라는 게 솟아나도록 하는 무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장건과 모자란 제자 놈을 생각하며 앞에 둔 잔을 들었다· 둘이 어울리는 걸 보아하니 장건도 어딘가 특이한 놈이긴 할 터였다· 내일 아침에 얼른 뛰어가서 비무 한판 해보자고 매달리면 녀석도 옳다구나 해줄지 몰랐다·

“···”

잔을 집어 입가로 가져가던 왕 도사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집과 그 주변 일대에 소리가 사라졌다· 원래라면 작은 벌레들이 작게나마 소리를 내야 할 시간이었다·

다음 순간 그는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위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시커먼 창들이 그의 집 벽을 꿰뚫고 들어와 그가 앉아있던 탁자와 의자를 박살 내버렸다·

위로 날아오른 왕 도사는 그대로 지붕마저 부수고 올라 빙그르르 몸을 회전시키며 자신이 뚫은 구멍 옆으로 내려앉았다·

“이 어느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이···”

왕 도사는 성난 얼굴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조금 전 창을 던진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 그의 집을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재빨리 세보니 그 수가 열여섯이었다· 깔끔한 무복에 각자 자연스레 늘어뜨린 무기들을 보아하니 그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왕 도사를 당황하게 하고 그의 분노를 흩트려 버린 것은 그들의 기세보다는 그 열여섯 중에 아는 얼굴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너···”

“오랜만입니다 사부·”

등 뒤에 칼을 멘 남자 하나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왕 도사는 믿기 힘들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놀란 눈으로 보십니까? 제가 살아있을 줄 모르셨습니까?”

“너··· 조상룡··· 네가 어떻게···”

남자 조상룡은 웃었다·

“어떻게? 떨어진 절벽에서 부러진 팔다리를 붙잡고 벌레처럼 기어서 꿰뚫린 단전에서 흩어지는 내공을 간신히 붙잡아서 가슴 속에 이글거리는 분노와 증오를 원동력 삼아서·”

그는 정말 진하게 웃었다·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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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Martial Wild West

Moorim West, Wild West Murim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he main character reincarnated in a world where martial arts exist. Is the land beyond the sea the world he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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