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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Chapt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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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태양이 높이 떠서 내려다보는 마른 황야· 그곳을 무수한 말발굽과 마차 바퀴가 거칠게 짓밟고 지나가며 희뿌연 먼지를 일으켰다· 마차의 마부는 연신 채찍을 때리며 말들을 재촉하고 그 뒤에서 그 마차를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뺏고자 하는 자들이 고함과 욕설을 질러대며 말을 달렸다·

제일 뒤에서 따라가며 그 질주를 바라보던 장건만 실실 웃고 있는데 조금 앞에 있던 양굉이 외쳤다·

“이런 제기랄! 화살이라도 좀 쏴 봐!”

장건은 검중찬이 욕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말에서 활을 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기마술과 궁술 모두를 전문적으로 훈련받아야 하는데 그런 전문인력이 왜 이런 황야를 떠돌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검중찬은 그런 전문인력이었다· 그는 거칠게 내달리는 말 위에서 고삐를 놓더니 절제된 동작으로 등허리에 끼워놓았던 화살을 꺼내 들었다· 허리 위로는 마치 땅 위에서 움직이는 듯 흔들림이 없었다· 활대가 둥근 반원을 그렸다·

그는 그렇게 화살을 재고 시위를 당겨서는 툭 놓았다·

쎄에엑-소리를 내며 바람을 찢고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앞에서 달리던 경호원의 등판에 꽂혔다· 양굉과 공씨 형제가 쾌재를 불렀다·

“좋아! 잘했어! 계속 쏴!”

“이거지!”

등에 화살을 맞은 경호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말 위에서 버둥거렸다· 앞에서 달리던 모든 사람이 그걸 보고 화들짝 놀라서 검중찬을 돌아보았다· 검중찬은 그 시선들을 마주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시 화살을 꺼내 들었다·

화살을 맞은 자 옆으로 붙어서 상태를 확인하던 경호원 하나가 앞에서 달리는 마차를 향해 외쳤다·

“시발! 거기서 가만있지 말고 뭐라도 해주십시오! 이거 이러다가 우리 다 뒈지겠다고요! 으아-!”

그런 경호원의 얼굴 옆으로 검중찬의 화살이 쎄에엑-스쳐 지났다· 혼비백산한 경호원이 비명을 지르며 말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미 전력으로 달리는 말이 더 속도가 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화살 하나가 빗나갔지만 검중찬은 안타까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다시 화살을 쟀다· 경호원들은 물론이고 또 다른 도적들 모두 그 시위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경호원들 다음은 자신들일 터인데 가까이 가서 막아보자니 그의 옆은 같은 일당들이 지키고 있었다· 아마 달려가면 그들이 막을 것이고 그러면 저자의 화살이 목숨을 노릴 터였다·

“이런 시발! 저 새끼들 대체 누구냐고!”

“젠장! 일단 마차부터 잡아! 마차부터 차지하면 돼!”

“이 상황에 마차 잡으면 어쩔 건데 병신아!”

도적들이 우왕좌왕하고 다시 한번 검중찬의 화살이 날아가려던 순간 갑자기 마차에서 덜컹 소리가 나더니 벌컥 천장을 열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커다란 덩치에 부리부리한 두 눈이 마치 용맹한 장수 같은 얼굴이었다·

양굉이 그 얼굴을 보고 대뜸 외쳤다·

“이런 시발! 서상정!”

옆에서 달리던 공평이 그걸 듣고 물었다·

“누군데? 누군데 시발?”

“서위량 아들이다!”

양굉은 검중찬을 돌아보며 다시 소리쳤다·

“저 새끼부터! 저 새끼가 제일 위험해! 연씨 세가에서 무공을 배웠다는 놈이야!”

고개를 끄덕인 검중찬이 활시위의 방향을 그쪽으로 조준했다· 하지만 서상정이라는 자는 그걸 보고도 코웃음을 치더니 마차 아래에서 뭔가 꺼내 들었다·

“···단창?”

자신이 손에 쥔 것과 비슷한 그 길쭉한 물건을 보고 양굉이 중얼거린 순간 번쩍 창이 날았다·

“크윽!”

쭉 날아온 창은 곧장 검중찬에게 내리꽂혔다· 그는 겨우 몸을 비틀어 피했지만 대신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활이 창에 스쳐 뚝 부러졌다· 검중찬은 팔뚝에서 줄줄 흐르는 피는 신경 못 쓰고 부러져 반만 남은 활만 망연자실 바라보았다·

“저 새끼 또 던진다!”

그때 서상정이 단창 하나를 더 꺼내 훌쩍 던졌다· 이번 창은 앞에서 달리던 도적 중 하나에게 맞았다· 검중찬과 달리 피하지 못한 그는 그대로 가슴팍에 창을 맞고 말에서 나가떨어졌다·

도적 중 누군가가 그를 보고 외쳤다·

“구 아저씨!”

여인의 목소리였다· 장건이 그 목소리를 듣고 슬쩍 보니 그제야 저쪽 도적들에 여인이 몇몇 섞여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소리쳤던 여인은 말을 돌려 나가떨어진 자에게 되돌아가려다가 다른 이들의 저지로 다시 앞으로 달려야 했다· 하지만 계속 뒤를 돌아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장건은 그 모습에서 저들이 그냥 단순한 도적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경호원들의 표정은 확 밝아졌다· 서상정이 마차 천장을 열고 나와 단숨에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저 안에 단창이 몇 개나 더 들었는지는 몰라도 서너 개 정도만 있어도 이 도적놈들을 내쫓기엔 충분할 터였다·

서상정은 밝아진 경호원들의 모습과 어쩔 줄 몰라 하는 도적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코웃음을 치더니 아래에서 단창을 꺼내 다시 훌쩍 던졌다· 도적 하나가 또 말 아래로 나가떨어졌다· 도적들의 사기는 눈에 보일 정도로 가라앉았다·

“시 시발! 이거 튀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 활 부러졌는데 저놈 어떻게 막을 거야? 그냥 빠지자!”

창에 맞아 나뒹구는 도적을 바라보던 공평이 대뜸 겁먹은 목소리로 양굉과 일당에게 외쳤다· 양굉은 복면 위로 보일 정도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공평을 노려보았다·

“이 병신같은 겁쟁이 돼지 새끼! 도망치면 넌 일단 내 손에 뒈질 줄 알아! 다들 정신 차려! 마차 속도가 줄고 있다! 말이 지쳐가는 거야! 거의 다 따라잡았어!”

도적들과는 다르게 한참 전부터 달리고 있었으니 마차 쪽 말들이 먼저 지치는 게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차가 멈추기 전에 창에 맞아 죽을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공평이 확 붉어진 얼굴로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할 때였다· 도적 두엇을 떨어뜨리고 흡족한 웃음을 짓던 서상정이 창 하나를 더 꺼내서는 갑자기 사형선고라도 하듯 검중찬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마치 아까 죽이지 못했으니 이번에 확실히 죽여주겠다는 것 같았다·

그 손가락과 시선을 받은 검중찬은 표정이 확 굳더니 여태 들고 있던 활의 잔해를 내던지고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조금 전 창을 완전히 피하지 못해 생긴 팔뚝의 상처로 칼 든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힘줄이 상한 모양이었다·

서상정은 그런 그의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 씩 웃다가 창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거구의 남자가 높이 들어 올린 예리한 창날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반짝임이 길쭉한 빛살로 변한 순간 장건이 조조의 안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다음 순간 벌어진 동작을 제대로 본 것은 셋뿐이었다· 창을 던진 서상정과 특수한 훈련을 받은 양굉 그리고 검중찬·

장건은 안장에서 뛰어올라 날아오는 서상정의 창날을 발끝으로 가볍게 올려 쳤다· 그러자 그 발끝의 내공이 창날에 담긴 힘의 방향을 반 바퀴 휙 돌려버렸다· 장건은 그 상태에서 몸을 비틀어 허공에서 거꾸로 서서는 이제 서상정 방향을 향한 창을 다시 한번 발끝으로 걷어찼다·

검중찬을 향해 날아가던 단창이 그대로 다시 서상정에게 되돌아갔다·

“으헛!”

서상정은 급히 몸을 비틀어 창을 피했다· 창은 그대로 마차 천장에 틀어박히며 콱-하는 둔탁한 소리를 냈다· 서상정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 창을 바라보다가 다시 장건에게 시선을 돌리니 그는 무던한 일을 했다는 듯 이미 말안장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창 달리던 도적들과 경호원들은 그 모습을 제대로 본 자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있던 자들은 뭔가 장건이 훌쩍 뛰어오르는 것과 창이 쉭쉭 날아다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 무공의 수준을 제대로 알아본 서상정만 뭐라 말은 못 하고 장건을 바라봤다· 그 와중에 장건이 조조의 옆구리를 가볍게 찼다·

그러자 조조는 여태 그걸 기다려왔다는 듯 길게 울더니 거칠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놀라워서 앞장서 달리던 도적들을 금방 추월할 정도였다· 도적들은 옆을 스쳐 가는 장건과 조조를 멍청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앞에서 달리는 경호원들 입장에선 절로 두려움이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시 시발! 저 새끼 뭐야? 뭐 저렇게 빨라!”

“온다! 칼 뽑아!”

화살에 맞아 축 처져있는 놈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호원 셋이 검과 칼을 뽑아 들었다· 그들은 벌써 훌쩍 가까워진 장건의 모습에 헛바람을 들이키며 다급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장건과 조조는 그 셋을 아무런 막힘없이 그대로 스쳐 갔다· 동시에 짧은 쇳소리만 세 번 울렸다· 달려 나가는 그의 뒤로 경호원 셋은 스르륵 힘이 풀려 말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뒤에서 따라 달리던 도적들과 양굉 일당은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던 공랑이 멍한 그대로 양굉에게 물었다·

“저런 고수는 어디서 구했소?”

“···나도 몰라 시발··· 대체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

양굉의 대답은 중얼거림이었기 때문에 공랑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묘한 눈으로 장건을 바라보는 검중찬만 그 중얼거림을 들었다·

그들이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마차에 타고 있던 서상정은 금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얼른 다시 단창을 집어 들고 장건을 겨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장건이 경호원을 처리하며 뽑았던 칼을 집어넣고는 고삐도 잡지 않고 두 손 펼쳐 보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마치 던질 테면 던져 보라는 듯·

“이 자식! 어디서 그딴!”

그 도발에 서상정은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도끼눈을 뜨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는 훌쩍 마차 위로 올라섰다· 상체만 빼꼼 내밀고 있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투창에 전신의 힘을 제대로 싣겠다는 의미였다·

마차는 여전히 미친 듯 달리며 뿌연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고 장건의 조조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 속도에 주변의 돌과 바닥들이 길쭉하게 늘어나며 휙휙 지나갔다·

창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린 서상정의 코끝에 땀이 맺혔다· 벌써 가을의 끝을 향해 가는 날인데 황야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게 그 위의 사람들을 데우고 있었다· 미친 듯 달리는 마차 덕분에 맺혔던 땀방울은 맺힘과 동시에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마치 위에서 장건을 노려보는 서상정의 눈은 강렬하게 번쩍거리고 있었다·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는 몰라도 눈에서 기광氣光이 빛날 정도면 상당한 수준으로 익힌 고수일 터였다·

그 강렬한 눈을 마주 보는 장건의 눈은 그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고삐도 잡지 않고 두 손을 벌려 무방비한 모습과 그 차분함이 합쳐지자 서상정은 마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에 깊숙이 빠져들어 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복면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이 두 눈뿐이라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두 시선이 달리는 마차와 말 위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주변 모든 것이 빠르게 그들을 스쳐 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뒤에서 따라 달리던 도적들과 양굉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 모습에서 긴장감을 느끼고 숨을 죽였다·

“하앗-!”

서상정의 어울리지 않는 기합성이 울림과 동시에 그의 창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처럼 허공에 번쩍이는 잔상만 남기며 장건에게 내리꽂혔다· 그것은 그대로 장건을 꿰뚫어버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상정의 벼락은 어느새 움직인 장건의 손과 만난 순간 마치 뱀이라도 된 것처럼 휘리릭 그의 상체를 타고 빙글빙글 돌다가 멈췄다· 서상정의 눈이 커졌다·

“···뭐 뭐야?”

장건은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모습으로 그 단창을 다시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렸다· 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영단을 먹고 늘어난 내공과 계곡 부족의 기이한 술법에서 영감을 얻은 흡吸자결의 운용 그리고 본래부터 그가 가지고 있던 과감성과 유연함이 합쳐져 이뤄낸 장면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서상정에게 슬쩍 웃어주고는 빙글빙글 돌리던 창을 휙 던졌다· 훌쩍 날아간 투창은 그대로 달리는 마차의 바퀴에 꽂혔다·

우당탕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창대와 얽혀버린 바퀴가 우자작 박살이 났다· 마차는 그렇게 한쪽이 주저앉아 주르르 바닥을 긁다가 뭐에 걸렸는지 덜컥 퉁-하는 소리 후 훌쩍 허공에 떠올랐다·

동시에 그 천장에 서 있던 서상정은 붕 떠서 저 멀리 날아가고 앉아있던 마부와 달리던 말들 떠오른 마차는 자기들끼리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집 무너지는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워 워·”

뒤따라 달리던 장건과 조조는 달리던 가속도 때문에 나뒹군 그 마차를 조금 앞질렀다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말머리를 돌려왔다·

덕분에 뒤에서 따라오던 도적들과 양굉의 눈에 보인 장면은 엉망진창이 된 마차와 그 앞에 무덤덤하게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장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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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Wild West

Martial Wild West

Moorim West, Wild West Murim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he main character reincarnated in a world where martial arts exist. Is the land beyond the sea the world he 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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